2010년 12월 19일 일요일

캉쿤 회의, 춘추전국시대의 시작

캉쿤회의는 벌목방지탄소배출권(REDD), 후진국 원조 등의 분야에서 미미한 합의를 이루었으나, UN이 더 이상 기후문제에 관해서는 할 말도, 할 일도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뉴욕타임즈 등 주요 언론들은 지적했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이며 역사적으로 국가당 누계 탄소 배출을 따져도 전체 배출량의 25%를 차지한다. 하지만 중국은 아프리카를 앞세워 자신들은 탄소감축 의무를 피하고 모든 책임을 선진국에게 떠 맡기는 입장을 취했으며, 이에 미국, 일본, 캐나다, 러시아 등이 주축이 되어 쿄토체제 연장에 반대 하였다. 사실 미국은 오랜 기간 교토체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이는 교토체제가 중국, 인도, 한국 등을 후진국으로 구분해 탄소감축 의무를 면제해주는 것에 만족스럽지 않았고, 더 나아가 모든 사안이 유엔을 통해 결정되는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들은 탄소배출량 세계 1,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에 탄소 감축 의무를 주지 않는 신교토체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캉쿤회의에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였고 포스트-교토 체제에 대한 협상은 다시금 미루어지게 되었다.

캉쿤 회의 이후 포스트-교토 체제의 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더욱 뚜렷해진 가운데, 향후 기후변화체제는 UN 주도 하의 글로벌 다자체제(Multilateral) 탄소제도로부터 양자체제(Bilateral)와 준다자체제(Plurilateral)로 더욱 빠르게 바뀔 것 이다. 양자체제는 최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배출권 거래체제로 두 나라가 협상을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를 하는 방식을 띄고 있으며, 준다자체제는 유럽체제(EU ETS)처럼 지역간 협의에 의해 배출권 거래가 이루어지는 형태다.

쿄토 체제의 붕괴는 앞으로 여러 국가에서 탄소관세가 등장할 것을 의미한다. 강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무역은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중국이 계속해서 자국 산업에 대해 탄소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 있어 탄소관세를 적용 받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중국의 무역은 크게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경제 전반적인 탄소 협정이 아닐지라도 일부 산업별 양자간 협정을 여러 나라와 맺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중국과 일본의 장관은 이미 양자체제 탄소배출권 제도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앞으로 중국이 철강, 시멘트 등 경쟁력 있는 몇 개 부문에서만 탄소감축에 합의하게 되더라도, 지금까지 중국 핑계를 대며 탄소감축에 반대한 미국의 공화당은 물론 한국, 러시아, 인도 등의 국가들도 탄소감축의무를 피할 수 있는 명분을 잃어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중간선거와 G20로 한국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성공적으로 G20 회의를 치러 낸 한국은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그 동안 한국의 탄소전략이었던 ‘한국은 후진국 이기에 탄소감축 의무를 회피하고 대선진국 상대 탄소배출권 판매에 주력해야 한다.’ 라는 발상은 선진국으로써 부끄러운 주장이 되었다. 쿄토체제를 전면 반대 했던 미 공화당의 득세로 쿄토 체제의 붕괴는 가속화 되겠지만 기후 변화 자체를 부정 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유럽의 체제나, 일본의 양자체제, 아니면 미국이 항상 주장해왔던 ‘협의의 협조(Portfolio of Agreements)’와 같이 모든 국가가 각자 탄소 감축 의무를 자국법으로 규제하되 국제적으로 협력을 하는 새로운 정책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한국이 모든 탄소 체제를 거부하게 되면 앞으로 탄소관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곤란한 입장에 처하지만 그렇다고 유럽체제에 맞추기 위해선 1990년 기준 감축을 해야 하므로 부담이 크다. 따라서 한국은 에스토니아 등 동구국가들이 선진국으로 편입되며 각종 혜택을 끌어냈던 전례와 탄소 나프타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고 2000년 기준 감축의무량을 제안한 캐나다의 사례를 참고하여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은 군사, 외교 등의 전략변수와 GNP, 무역 등의 경제변수, 그리고 국가브랜드의 세 변수로 이루어진다. 중국은 이 중 국가브랜드 관리 미숙으로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현재 국제무대에서 국가브랜드를 향상 시키고 있는 한국은 국가브랜드에 막대한 해가 되는 무모한 탄소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21세기 최대 경제전쟁인 기후변화 협약도 각 국이 환경과 기후의 변화에 따른 장기적 경제 이익을 바탕으로 협상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1997년 금융을 이해 못해 겪었던 IMF 수모가 다시 반복 될 수 있다.


백광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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