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와 유럽 경제 위기의 공통점

현재 유럽 경제위기의 최대 원인과 걸림돌은 규제 당국의 손길을 벗어난 금융상품에 있다. 그리스 채무의 50퍼센트 정도만 채권자에게 돌려 주고 나머지는 손실 처리하는 방법 외에는 사실 다른 방법이 없는데 이 50퍼센트 부채 탕감이 자발적인지 비자발적인지를 놓고 유럽 중앙은행과 여러 채권단 사이에서 지루한 싸움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CDS (Credit Default Swap)이라는 채권이나 부채 일종의 보험이 있다. 투자자가 그리스 채권을 구매하고 이 CDS를 금융사로부터 구매를 하면 그리스가 부도가 나거나 채무 불이행을 할 경우 원금을 상환 받을 수 있다. 요즘은 이 CDS가 보편화 되어있지만, 원래의 목적인 보험을 벗어나 높은 투기성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도박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 액수만 30조 달러가 넘는 투기성 금융상품이다.

지금 유럽 중앙은행은 채권자들에게 그리스 사태를 자발적 사건으로 합의하기를 고집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리스 사태는 부도 즉 채무 불이행이 아니기에 CDS가 무용지물이 된다. 한마디로 CDS를 팔아서 이익을 챙긴 대형증권사들은 그리스 사태가 부도가 아닌 즉 비자발적 시장현상이 아닌 채권자들의 자발적 합의이기에 CDS를 배상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리고 이 CDS에 대한 신뢰도나 수요도 상당히 줄어들어 이 상품 거래 자체를 감축 시키는 일거양득이라 볼 수 도 있다. 즉 경제 모든 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대형 금융사의 천문학적 손실도 줄이고 이 상품자체를 시장에서 밀어내는 목적으로 유럽중앙은행에서 이러는 것 같은데 결과는 당연히 일반 투자자의 손실이다.

그러나 채권자들은 당연히 이 제안에 반발하고 있다. 결국 그 동안 CDS를 팔아 돈을 벌었던 대형증권사와 CDS를 구매했던 일반 투자자들간의 양보 못 할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당분간은 수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CDS는 JP Morgan이 엑손 발데즈 원유 사고 건으로 채무 충당금이 높아지자 1994년 당시 25살의 나이였던 블라이드 매
스터즈 (Blythe Masters)라는 JP Morgan 직원이 CDS라는 걸 만들어 금융 리스크를 EBRD(유럽개발은행)에 팔아 채무 충당금을 줄여내며 급속하게 금융권에 퍼졌다. 옥스포드 경제과 출신인 매스터즈는 불과 28살에 JP Morgan 사장 (Managing Director) 자리에 올랐으며 2007년 자원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전세계 경제위기와 CDS에 대한 많은 자문을 하고 있다.

한편, 블라이드 매스터즈가 태어나 성장한 영국 옥스포드에는 에코씨큐러티즈 (EcoSecurities) 라는 탄소세계의 최고, 최대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2004년 세계 최초로 브라질 노바게라 쓰레기 매립장을 CDM(청정개발제제도)에 등록 시켰으며 2005년 혼두라스의 라 에스페란자 수력발전으로 세계최초로 CER(탄소배출권)을 발행 받았다. 또한 유엔 탄소배출권 제도 방법론 12개 개발, 세계 최초로 UN에 CDM 사업 200개 등록, 2005년 런던증시 상장 후 불과 200여명의 직원으로 시가총액 10억불 초과 등 숱한 기록을 갖고 있는 전설적인 기업인데 2009년 JP Morgan에 적대적 인수를 당했다.

도이치증권과 치열한 경합 끝에 에코씨큐러티즈를 인수한 JP Morgan팀은 블라이드 매스터즈가 대표로 있는 자원(Commodities)팀이었다.

이제는 모든 사업이 그렇듯 탄소배출권도 금융파생상품으로 거래 되기 때문에 증권이나 금융에 대한 전문성과 지식은 탄소 사업에서는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영미식 자본주의의 금융시장 같은 경매식 시장제도로 자원 분배를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는 논의가 많다. 학부용 1학년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자유무역이 결코 우수하지도 못하며 무역제도, 금융제도, 증권시장 등은 다이나마이트나 원자력 같은 양 날의 칼이기에 제도 자체가 우수한 게 아니라 그 제도를 어떻게 관리하며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니까 맹목적으로 시장, 무역 운운하지 말고 어떻게 무역과 시장을 이용하는 게 이익과 균형과 분배를 갖고 오는지 따져 볼 때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