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체제의 미래


 '교토의정서체제 (이하 교토체제)’는 조만간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교토체제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기후변화를 국제정치의 역할관계 속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단지 지구 환경 문제의 틀 속에 함몰되었다는 사실이다. 과학적 연구결과에 지나치게 자신한 결과, 협약의 주요한 두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간의 사전 합의를 간과하는 실수를 범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전 세계가 뿜어내는 온실가스의 25 퍼센트 정도씩을 배출하니,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당시 온실가스 배출 1위인 미국은 2위 중국의 핑계를 대며, 중국은 미국을 핑계로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 1위, 2위가 참여를 포기한 맥 빠지고 지루한 시합이 바로 교토체제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되며 미국 정책은 바뀌었다.
 
  그러나 중국은 힘 없고 가난한 후진국을 조정해 국제 사회의 압력을 피했으며 또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과 함께 이들의 머리글자를 딴 'BASIC'이라는 연합을 결성해 코펜하겐에서 새로운 협의를 만드는데 방해를 했다. 물론 중국의 이런 꼼수는 자국의 탄소감축 의무를 피하기 위해서이지만 개도국들도 입장이 달라 중국 뜻대로 진행될 지는 확실치 않다. 예를 들면 인도는 개도국에 적용되는 배출량 감축 의무 경감 문제와 관련, 국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과 역사적인 배출량이 객관적인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이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토체제는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이 후진국이기 때문에 탄소배출감량 의무를 면제 해 주었지만, 이는 커다란 전략적 오류이었다. 중국의 온실가스 누계배출량이 미국의 25 퍼센트에 당연히 탄소 감량 의무를 주어야 했지만 교토체제는 한 술 더 떠 청정개발제체(Clean Development Mechanism, CDM)를 통해 중국이 탄소배출권을 팔 수 있게 해주었다. 중국이 판매한 탄소배출권은 세계 판매량의 절반 이상에 달해,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의 환경문제 해결에 사용되어야 할 자금이 중국으로 왜곡되어 할당되는 기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자연스럽게, 배출권 이익을 세금으로 부담하는 유럽의 대 중국 반감의 골이 깊어가게 되었다.

  후진국의 탈을 쓰고 감축 의무를 피하며 역으로 배출권을 수출하려는 한국도 선/후진국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한국의 국격이나 국가 브랜드파워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소탐대실이다.

  교토체제는 각국의 향후 탄소배출권 제한을 과거의 배출량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개념적 오류가 존재한다. 즉 일인당 20톤을 방출하는 미국은 20톤 기준선에서 줄이고 1880년대 미국 배출양의 반도 안 되는 배출을 하는 인도는 1톤이 안 되는 기준선에서 감축을 시작해야 하니 어불성설이다. 일본이나 코스타리카 같이 일찍 환경 정책을 펼쳐 탄소배출량을 줄인 국가들이 벌을 받고 미국, 호주, 캐나다처럼 막대한 배출을 하는 나라에는 오히려 배출을 조장하는 제도이다.

  마지막으로 지적될 문제로 교토체제는 법적 제제력이 전혀 없어 캐나다같이 협약의 의무이행 사항을 완전히 무시해도 어떤 제제를 가할 수 없어 이빨 빠진 호랑이 꼴이다.
  이런 여러 이유로 미국은 교토체제를 반대해 왔으며 일본은 교토체제 같은 다자체제가 아닌 양자체제(Bilateral)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포스트 교토인 2013년부터는 교토체제의 붕괴가 예상된다. 이는 올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주최국인 멕시코의 루이 알폰소 드 알바 기후변화대사의 언급에 잘 표현되어 있다. 우선, 미국, 캐나다, 호주, 한국 등 OECD 구성원이며 탄소규제를 안 하는 나라를 포함한 새로운 선진국간의 조약, 둘째로, 미국 내 오바마의 행정적인 절차를 통한 조약 (상원에서 공화당의 끈질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후진국간의 조약 등으로 분리 진화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교토체제가 바뀐다는데 대부분 동의 한다.

  미국은 상원 통과가 어렵고 기후변화문제가 정쟁으로 진척이 없자 주도권을 민주당이나 오바마 대신 종교계 지도자나 군 출신이며 공화당 출신 정치가 중 기후변화에 조예가 깊은 워너 전 버지니아주 상원의원 등에게 넘기자는 이야기가 공화/미주 양 당에서 나오고 있어 올 11월 선거 이후에는 진전이 있을 것 같다. 만약 이 방법이 실패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조약을 수용하는 행정적 전략으로 미 의회를 피하려고 할 수도 있다.

  미국은 작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폐막한 15회 당사국총회에서 교토체제의 판을 뒤흔들며 판정승을 거뒀다. 교토체제를 반대하는 미국은 코펜하겐에서 유엔을 배제한 채 선진국에는 국가단위 탄소감축 의무를 부여하되 개도국에는 산업별로 탄소감축을 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즉 개도국이 기준치(Baseline)보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면 그만큼의 배출권을 판매해 이익을 보지만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벌금 등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개도국을 새 기후변화협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비손실 산업별 탄소배출권(No lose Sectoral credit)'이라는 당근을 준 것이다. 다만 배출량은 보고 및 국제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미국 제안인 비손실 산업별 탄소배출권은 중국 산업 견제와 미국 기업 보호 즉 저가 배출권 확보 두 점을 다 충족한다. 특히 국제적 논의 과정에서 유엔의 영향력을 최대로 줄이고 미국과 선진국이 협약을 선점하겠다는 숨은 뜻이 있다. 협약의 하부 기구인 SBSTA (Subsidiary Body for Scientific and Technological Advice, 과학기술자문기구)가 베이스라인을 결정하기에 선진국에 불리한 카드가 아니다. 선진국은 탄소배출권을 못 팔지만 후진국 각국과 각 산업의 기준치는(Baseline)은 모든 나라가 SBSTA와의 협조/감독 하에 정하게 된다. 미국의 “각국의 배출 검증은 국제기관이 MRV(Monitor, Report, Verify) 한다”를 밀어붙이며 1,000억불의 돈을 내 놓은 이유도 이 비손실 산업별 탄소배출권 제도 설립 및 강화에 있는 걸로 보인다.

  이 제도에 중국과 후진국의 반대가 계속 되면 국경통과세 (Border Carbon Adjustment Tax) 라는 탄소관세가 미국과 선진국 카드로 나오며 후진국 압박을 하게 된다. 유럽도 이미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처음에는 관세를 반대 했던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반기문 총장에게 정식 공문을 보내 탄소배출 규제를 하지 않는 국가에게는 탄소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WTO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탄소관세를 환경보호 항에 걸면 불법이 아니라는 게 법적 의견이며 기후변화 협정도 결국에 가서는 WTO 권한으로 편입될 것으로 국제사회는 보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나 일본 자동차 업체는 톤당 10여 유로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한국이나 중국 자동차업체는 이를 피하며 자동차 수출을 한다면 환경파괴라는 도덕적 책임 외에 WTO 위법인 부당한 정부 보조 특혜(Unfair Subsidy)가 되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본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2,600억불의 차관이 있었으며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에이수케 사카키바라 일본 재무부 차관은 아시아통화기금 (Asian Monetary Fund) 설립을 추진했다. 이 펀드는 한국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나 래리 섬머즈 당시 미재부부 차관은 이를 엔화의 달러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비난하고 사카키바라에 전화를 통해 욕설까지 해가며 아시아통화기금 설립을 무산시켰다. 한국은 섬머즈와 가이트너 뜻대로 IMF의 오랏줄에 손발 묶이고 말았으며 제일은행 등 기업이 부당한 조건과 헐값에 넘어갔다. 탄소배출권은 미래의 탄소배출 감량을 거래하는 특성상 선물과 옵션 등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으로 서브프라임 이후 반전을 노리는 미국의 금융권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분야이다. 한국의 1997년 금융위기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래리 섬머즈와 팀 가이트너 당시 재무부 차관과 차관보는 지금 대통령 경제특보와 재무부 장관으로 승진 해있으며 탄소는 결국 경제정책이자 국가전략이기에 모든 나라는 래리 섬머즈나 팀 가이트너 같은 경제정책통들이 결국 선봉에 나설 걸로 보인다.

  포스트(post) 교토체제의 틀에 대한 논란과 이견이 많다 보니 새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합의는 아마 양자협약 비손실 산업별 탄소배출권(Bilateral No Lose Sectoral Credit)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자체 탄소법안을 모은 국제 통괄적 협정 (Portfolio of Agreements)으로 자리를 잡을 것 같다. 이 포괄적 합의는 올 겨울 멕시코 캉쿤이나 내년 남아연방공화국이 아니라 새 체제가 시작되는 2013년을 코앞에 둔 2012년 11월 회의에 통과 될 걸로 보인다. 2012년 기후변화협약 총회 유치 희망국인 한국에서 교토체제를 대신할 전반적인 새 협약이 발표되면 한국 도시 이름을 딴 새로운 기후체제가 생겨 해당 도시는 교토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 그러나 2013년 봄 새롭게 출범 될 한국 정부는 현 후진국 카드 전략이 무용지물이 되며 탄소배출 의무국이라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될 걸로 보인다.

  2012년 회의개최에 한국이 확실한 이유는 2012년 개최는 아시아 대륙 차례인데 유일한 경쟁국인 카타르는 중동 산유국이다. 중동 산유국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중심이 되어 “화석연료와 지구온난화는 아무 관계도 없지만 그걸 핑계로 석유 사용을 줄이면 그에 대한 보상을 하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 중동 산유국이 기후관련 당사국 총회를 유치 할 확률은 그들이 사막에서 동계 올림픽을 개최할 할 확률, 즉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