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UN을 배제하고 양자간(Bilateral) 국외탄소배출권 거래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15개의 탄소배출권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다자체제 (Multilateral + Global)를 추구했던 GATT가 NAFTA, EU, ASEAN-CHINA 등 지역화 및 양자체제로 바뀌는데 기여했던 국제경제제도의 흐름이 탄소배출권 시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도 UN CDM을 배제한 탄소배출권 거래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는 현 UN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탄소배출권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며 결과적으로 UN CDM 제도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 예측된다.
일본과 양자간 국외탄소배출권 거래를 하게 될 9개의 개발도상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인도, 태국, 라오스, 미얀마, 중국 그리고 페루이다. 이 중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인도와는 이미 협정을 체결하였으며 나머지 국가들과는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Tokyo Electric Power), 토호쿠전력(Tohoku Electric Power), 일본전원개발(Electric Power Development), 신일본제철(Nippon Steel), JFE제철(JFE Steel), 미쯔비시(Mitsubishi), 마루베니(Marubeni), 도시바(Toshiba) 등의 기업에 의해 실행될 이번 사업은 벌목방지탄소배출권(Reducing Emission from De-forestation and Degradation, REDD), 고효율 화력발전소 및 지열발전소 등을 포함하고 있다. 15개의 사업 중 REDD와 고효율 화력발전을 비롯한 4개의 사업은 인도네시아에서 시행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연간 50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얻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베트남과 인도에서도 연간 50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 고효율 화력발전 사업이 진행될 것이며, 페루에서는 연간 수백만 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가져올 산림 보존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25 퍼센트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양자간 거래체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국외 탄소 배출 감축 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또한 일본 경제무역산업부 (Ministry of Economy, Trade and Industry, METI)는 추가로 실시할 사업들을 선정하기 위해 이달 말 민간 기업들로부터 새로운 제안서를 공모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은 새로운 탄소배출권체제를 통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최첨단 환경 기술을 이용한 저탄소 기반시설의 수출을 증가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을 이룰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일본 내에 경기부양책으로 사용되었던 사회간접자본 체제 투자 및 설립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서 적용하되 일본 기업에 하청을 주어 투자자본을 회수하고 이와 동시에 획득한 탄소배출권을 통해 추가 자본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일본 정부는 국외탄소배출권 구매 감소로 인한 예산 절감, 청정개발 사업 분야에 대한 노하우 축적, 친환경 국가 이미지 구축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벌목 방지 탄소배출권(REDD): 산림을 훼손하지 않고 관리·보존하기 위해서 선진국이 열대 우림 국가에 재정 지원을 하여 탄소배출권을 획득 함